나는 취업 준비생이다. 세상이 나에게 부여한 신분은 잘 알겠고 문득 성경적인 현 위치가 궁금했다. 나는 여자고 20대니까 성경에 '젊은 여자'를 검색해 보았다. 총 네 개가 나왔다. 리브가, 룻, 그리고 바울이 디모데와 디도 각각에게 보낸 목회 서신. 그녀들은 공통적으로 결혼을 목전에 둔 신부였다. 급 우울해졌다. 나는 그녀들보다 나이는 한참을 더 먹어놓고 결혼은 한참을 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롤모델 설정의 빛과 그림자
애인이 내 고민을 듣더니 말했다. "하나님은 각자의 인생을 다르게 인도하셔. 성경에서 꼭 그 인물을 찾을 필요는 없어. 자기는 자기니까."
롤모델이 있는 것은 꽤 유익하다. 예컨대, 많은 여성들이 배우 정혜영을 롤모델로 꼽곤 하는데 나 역시 그렇다. 그녀처럼 일주일에 다섯 번씩 요가를 하고, 채식 위주로 식사하며, 봉사 정신, 패션 감각, 웃는 모습, 말투, 심지어 글씨체까지 닮아가고 있다. 인생 선배 덕에 식욕도 조절할 수 있고 전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롤모델 설정의 도가 지나치면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하나님께서 나의 인생을 독특하고 특별하게 운영하려 하시는데, 나는 그녀들(리브가, 룻, 정혜영 등)과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불안해한다. 더 위험한 건 내 잣대로 남들을 함부로 판단하게 된다. 저 여자는 왜 저렇게 늦게 결혼하지? 저 여자는 왜 저렇게 아이를 조금밖에 안 낳지?
많은 크리스천들이 성경 속 인물을 닮고 싶어 한다. 그러나 위대한 인물에 가려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곧 우상 숭배가 되고 만다. 참고는 약이 되나 모방은 독이 된다. 나는 그저 내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담담하게 주님을 따라가면 된다. 'K팝스타'나 '슈퍼스타K'에서도, 모창하는 응시자는 독창성이 없다며 떨어뜨리지 않는가.
나는 5천 년 역사와 70억 인구 가운데 유일무이한 존재다. 그래서 난, 소중하다. ♡
# 결혼하지 아니한 성년 여자
처녀만큼 애매한 시기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가장 자유롭고 찬란한 때라는 뜻이기도 하다. 등잔에 기름을 담아둔 슬기로운 다섯 처녀처럼, 빠짐없이, 갖추어야겠다.
20150813 written by her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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