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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슨노트/life stroy (일상끄적)

삐딱하게

by hehebubu 2015. 8. 3.

내 마음의 상태가 강퍅하고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지표 중 하나,
'​애인이 미워보인다'
(하하ㅜㅜ;)

어제 밤늦게 헤어졌으니, 자고 일어나면 집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없다.
스티커를 보냈다.
답장이 없다.
오후가 되도록 없다..
어젯밤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던데, 가다가 사고라도 났나?
또다시 스티커를 보냈다.
그제야 답장이 온다...:(

처음에는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집에 도착했으면 도착했다고 연락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나는 꼬박꼬박 그렇게 하는데...' 하는 생각에 많이 서운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빤 항상 그랬었다.
오히려
화면을 보면 눈이 금세 피로해지는 탓에,
데이트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만나서 하는 거지~ 하며
문자 메시지로 일일이 보고하는 커플을
믿음 없고 유치한 커플이라고 여기던 나였다.

그는 딱히 어제나 오늘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데,
똑같은 그를 바라보는 내 자신이 변했던 것이다.
애인의 똑같은 행동이 유독 서운하게 느껴지는 그날,
내 마음이 삐딱해진 날이다.

마음이 삐딱해지니 감사할 일들도 죄다 분노할 일들로 뒤집힌다.ㅜㅜ
- 무료 지하철 교통카드가 있었는데 어쩌다가 택시를 탔으며 왜 택시를 타고도 예배에 늦었는가
- 유병국 선교사님 설교는 왜 부질없는 얘기만 하다가 본문의 20%도 못하고 시간이 다 갔는가
- 어째서 명문대 출신은 공무원 9급에 만족해선 안 되고 7급에 도전해야 하는가
- 2년을 열심히 공부하고도 왜 난 지금 제대로 된 안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가
- 아침 내내 집안일 했는데 엄마는 칭찬은커녕 어디서 또 빨래한 옷을 들고 와서 안 널어준다고 질책인가
- 동생들은 어째 밥이 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짜장면을 시키는 것이며 엄마는 그게 뭐 또 그리 혼낼 일인가
- 엄마와 할머니는 내 나이에 이미 가정을 꾸리고 예쁜 아들딸까지 낳았는데 나는 왜 못하고 있는가

삐딱해진 마음을 달래보고자 Btv로 영화를 관람했다.
무려 네 편이나 봤지만 오늘의 영화 초이스는 꽝이었다.
평점 9.0을 넘는 것들만 고른 건데도ㅜㅜ
아무래도 명작이 되려면, 내 눈에 매우 거슬렸던 그 잔인하고 음란한 장면이 필요조건인가 보다.

그래도 영화를 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① 총기 소지는 우리나라처럼 금지하는 게 좋겠다.
(​살인의 유혹거리가 될 수 있으니)
② 여성은 웬만하면 밖에서 일하지 않는 게 좋겠다.
(​​간음의 유혹거리가 될 수 있으니)
③ 깨진 가정이 배경으로 많이 나오는데, 가정을 지키는 데 아내(엄마)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 그래서 주님께서 나에게 감정 컨트롤을 훈련하시나 보다.
④ 영화의 힘을 좀 빌려볼까 했더니만, 삐딱해진 마음을 돌이키는 건 역시 기도밖에 없다.

다시 제자리를 찾고 나니,
'그'는 언제나 똑같은 애인으로 그 자리에 한결같이 나와 함께해줌에도,
나의 삐딱해진 마음이 '좋은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요동하는 감정ㅜㅜ
나도 감당하기 힘든데 애인은 얼마나 힘들까.

그럼에도 먼저 웃어주고, 먼저 손 내밀어주고, 먼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내주는 오빠.

너그러움.
남자들이 지닐 수 있는 가장 큰 무기 아닐까.
백 마디 말보다
여자를 스스로 반성하게 만드는 무서운 무기..!!!

20150802 written by her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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