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미음(秋日微吟) - 서정주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계는 붉은 물이 들었지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안해박은 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놓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
<참고>
秋日微吟 - 가을날, 나직이 읊조림
추일 (秋日) - 가을날
미음 (微吟) - 낮은 소리로 읊조림
촉계 - 접시꽃, 촉계화, 맨드라미 꽃이라고 설명하기도 함.
남자의 계절 가을이라 했던가.
시인의 설명을 직접 듣지 못해 어떤 의도로 쓰인 시인지 알수 없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냥 시를 읊조리며, 시인의 마음을 느껴본다.
읽고 있노라니,
생각이 많은 어떤 남정네가 떠오른다.
가을이 되니 더 생각이 많아진 감수성 폭발중인듯 하다.
짙게 물든 감과 꽃을 보고, 나의 현재를 돌아본다.
나는 무슨 물이 들었는가~
안해박, 타래박이 무슨 의미일까~
안해박은 아내를 뜻하고, 타래박은 딸들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걸까?
주먹을 놓는다는건 또 어떤 의미 일까.
뜰안의 아내와 뜰밖의 딸들을 바라보며, 나의 의지할 곳을 찾는 시인의 모습을 그린건 아닐까.
나의 주먹은 참소망 되신 하나님께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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