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슨이 지인에게서 본인의 '인생 영화'였다는 추천을 받고 보게 된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퇴직한 남자
최근에 오랜만에 통화하게 된 친구가 기쁜 소식을 전했는데 다름 아닌, 아버지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셨다는 소식이었다. 야구와 음주에 심취해서 집에만 들어오면 언어 및 물리적 폭력을 일삼던 분이셨는데, 퇴직 후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급격히 무력해진 당신의 모습을 보고 가난해진 마음으로 어머니를 따라 교회를 가보더니 한 달째 자발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계시다는 것이었다. 그분의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대학 시절 한 기독교 동아리 내에서 오래도록 함께 기도했던 분이라 덩달아 기뻐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문득 우리 아빠도 교회를 다니려면 퇴직하실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와 달리 남자에게는 일이 생명과도 같이 소중한가 보다. 그래서 중년 남성들이 퇴직하고 나면 급격히 늙어버린다고 한다.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고 가장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무능한 자신의 모습에 우울증, 황혼 이혼, 자살까지 생각한다고 한다. 영화 속 '벤'처럼 퇴직 후에도 활력 있는 삶을 강구해야 하겠다.
2. 취직한 여자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인류는 반만년 역사 대부분을 맞벌이로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아내도 남편 못지않게 가정의 경제를 지탱했던 것이다. 18세기 산업 혁명이 시작되고 일터가 논밭에서 회사로 옮겨지면서 비로소 '전업 주부'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때 바깥일을 자처한 것이 남편, 집안일을 자처한 것이 아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산업 구조가 2차 산업 중심에서 3차 산업 중심으로 바뀌어 육체적 힘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시민 혁명으로 여권이 크게 신장되면서, 여성도 대거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남편들만 돈을 번 시대는 길어야 2~300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산업 혁명과 시민 혁명을 급속도로 이룩한 우리나라는 그 역사가 2~3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도 당당하게 워킹맘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은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내 '줄스'가 바깥일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남편 '제이슨'이 집안일만 하다 보니 시나브로 딴 길로 샌다. 남편들은 우선적으로 바깥일에 충실하면서 집안일은 부차적으로 도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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