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를 새로운 시각에서 그려낸 소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하라'
이 때의 수많은 실업자들은 자기 잘못으로 일자리를 잃은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모든 생필품과 살림살이 들을 돈 주고 사야만 하는 경제 구조 속에서 그이들은 직장을 잃은 것이다. 수입은 끊겼지만 먹고 입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모아 놓은 돈은 바닥 났고 결국 그이들은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돈을 번다'거나 '부자가 된다'는 생각은 사람들에게 매우 그릇된 경제관을 심어 주었다. 우리가 경제 활동을 하는 목적은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것이다. 돈을 먹고 살 수는 없으며, 돈을 입을 수도 없고, 돈을 덮고 잘 수도 없다. 돈은 어디까지나 교환 수단일 뿐이다. 식의주에 필요한 물건을 얻는 매개체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는 것들이지 그것과 맞바꿀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스티븐슨은 《사람과 책》에서 이렇게 썼다. "세상에는 우리가 돈보다 더 탐닉할 수 있는 많은 사치품들이 있다. 그것은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 시골 생활, 마음이 끌리는 여성 같은 것이다."
어떤 경제 구조에서도 돈을 빌려 주는 사람들은 배를 두드리며 편히 산다. 개인이든 은행 같은 기관이든, 돈을 빌려 주고 담보를 잡으며, 이자와 경매 처분으로 얻는 수익금으로 살을 찌운다. 돈을 빌려 주는 사람들은 무엇을 생산하는 일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으면서 안락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한편 돈을 빌려다 쓰는 생산자들은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하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자기의 모든 재산을 잃는다. 대공황 때 몇천 명에 이르는 농부들과 가장들이 자기들이 가진 모든 것을 잃었다. 이잣돈을 제때 맞춰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현금을 주고 사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생산이 없다는 점에서 이런 경제는 완전히 남에게 기생하는 것이다.
- 헬렌·스코트 니어링 《조화로운 삶》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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